Project Overview

어떤 결혼식은 무대 위에서 진행되지만, 어떤 결혼식은 제단 앞에서 완성됩니다.

성당 결혼식, 정확히는 가톨릭 혼배성사는 단순한 예식이 아니라 성사(聖事)입니다. 그것은 두 사람의 약속이 인간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선언되고 축복받는 거룩한 의식입니다. 십자가, 제단, 성경, 사제, 그리고 그 안에 모인 신자 공동체—이 모든 요소가 결혼을 단순한 '결합'이 아닌 '성사'로 승화시킵니다.

우리가 마주한 과제는 명확했습니다. 혼배성사의 엄숙함을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인간적 감정—기쁨, 눈물, 축복, 연대—을 포착하는 것. 예배당이라는 공간이 가진 건축적 아름다움과 빛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도록 만드는 것.

혼배성사는 정해진 순서가 있습니다. 입당, 성경 봉독, 혼인 서약, 반지 교환, 혼인 선언, 사제의 강론, 축복, 그리고 퇴장. 각 순서마다 고유한 의미가 있고, 각 순간마다 포착해야 할 감정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예식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섬세한 접근을 해야 했습니다.

성당의 빛은 특별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색색의 빛, 높은 천장에서 쏟아지는 자연광, 제단을 비추는 조명—이 모든 빛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어떤 인공 조명으로도 재현할 수 없는 신성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빛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써내려갔습니다.

Our Creative Approach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신성함 안에서의 인간성(Humanity within the Sacred)"이라는 철학으로 접근했습니다.

종교 의식에는 역설이 있습니다. 그것은 초월적이고 신성하지만, 동시에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혼배성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 앞에서의 서약이라는 경건함과,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된다는 기쁨. 부모님의 축복을 받는다는 안도감과,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는 책임감.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이 한 시간 남짓의 예식 안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과제는 이 양면성을 모두 담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촬영의 네 가지 층위:

1. 공간의 신성함 포착
성당 건축은 그 자체로 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높은 천장은 초월을, 십자가는 희생과 사랑을, 제단은 거룩함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와이드 앵글 샷을 통해 이 공간이 가진 웅장함과 경건함을 프레임에 담았습니다. 신랑 신부는 이 거대한 공간 안에서 작지만 분명한 존재로 자리 잡습니다.

2. 빛의 의미적 활용
성당의 빛은 단순한 광원이 아니라 신학적 상징입니다. 우리는 자연광과 촛불, 그리고 제단의 조명이 만들어내는 레이어를 세심하게 관찰했습니다. 특히 신부의 베일을 통과하는 빛, 반지 교환 순간의 손에 떨어지는 빛, 사제의 강론 중 신랑 신부를 비추는 빛—이 모든 것이 '계시'처럼 느껴지도록 포착했습니다.

3. 의식의 서사적 구성
혼배성사는 이미 완벽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서사를 존중하면서, 각 순서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입당 시 신부의 첫걸음, 서약 시 신랑의 떨리는 목소리(이것은 표정으로 포착됩니다), 반지 교환의 손, 혼인 선언 후 키스, 그리고 퇴장 시의 미소—각 순간이 하나의 챕터처럼 연결됩니다.

4. 가족 공동체의 감정 아카이빙
성당 결혼식은 두 사람만의 것이 아닙니다. 양가 부모님, 대부모, 친지들, 그리고 신자 공동체 전체가 증인이 되고 축복자가 됩니다.

Our Strategy Included

1. 자연광 중심의 비침습적 촬영

성당의 자연광과 기존 조명만을 활용해 촬영했습니다. 플래시나 추가 조명은 예식의 엄숙함을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고감도 카메라 세팅과 빠른 렌즈를 사용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노이즈 없이 선명한 이미지를 얻어냈습니다.

2. 결정적 순간의 예측과 대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은 기다림의 산물입니다. 혼배성사의 각 순서에서 언제 감정이 폭발할지, 언제 의미 있는 제스처가 나올지를 예측하고 그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신부가 입장하며 아버지와 눈 마주치는 순간, 서약 중 목이 메는 순간, 키스 직전의 망설임, 퇴장하며 돌아보는 미소— 이 모든 것은 '우연히 찍힌' 것이 아니라 '예측하고 기다린' 결과입니다.

3. 포항 지역 성당 특성 이해
포항의 주요 성당들(성모성당, 죽도성당, 효자성당 등)은 각각 건축적 특징과 빛의 특성이 다릅니다. 우리는 지역 성당들의 특성을 숙지하고 있어, 각 공간에 최적화된 촬영 전략을 즉시 적용할 수 있습니다.

4. 성물과 상징의 의미 있는 프레이밍
십자가, 성경, 촛불, 성수, 반지—이 모든 성물들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신앙의 상징입니다. 우리는 이것들을 프레임 안에서 의미 있게 배치해, 사진이 단순한 '결혼식 스냅'이 아니라 '신앙의 기록'이 되도록 했습니다.

Key Challenges & Solutions

Challenge 1: 엄격한 촬영 제약 내에서의 창의성
성당은 호텔이나 웨딩홀과 달리 촬영에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제단 접근 금지, 플래시 사용 금지, 이동 동선 제한, 예식 중 소음 금지 등 지켜야 할 규칙이 많습니다.

Solution: 제약을 제약으로 보지 않고 창의성의 촉매로 활용했습니다. 제단에 가까이 갈 수 없다면 망원렌즈로 압축 효과를 활용했고, 플래시를 쓸 수 없다면 자연광의 방향성을 최대한 살렸습니다. 이동이 제한되어 있다면 한 자리에서 다양한 앵글을 미리 계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제약이 오히려 사진에 예술적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Challenge 2: 저조도 환경에서의 화질 확보
성당 내부는 예식의 분위기를 위해 조명을 밝게 하지 않습니다. 자연광도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며 많이 감소합니다. 이러한 어두운 환경에서 노이즈 없는 선명한 이미지를 얻는 것이 기술적 과제였습니다.

Solution: 풀프레임 고감도 카메라와 F1.4F1.8의 밝은 단렌즈를 사용했습니다. ISO를 32006400까지 올려도 디테일을 유지할 수 있는 최신 카메라 바디를 활용했고, 후반 작업에서 노이즈 리덕션과 샤픈 조정을 정교하게 수행했습니다. 또한 노출을 약간 언더로 잡아 하이라이트를 보존하고, RAW 파일에서 섀도우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다이내믹 레인지를 확보했습니다.

Challenge 3: 예식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촬영
성당 결혼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식 그 자체입니다. 사진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예식의 신성함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 하객들의 시선을 끌거나, 사제님의 진행을 방해하거나, 신랑 신부의 집중을 흐트러뜨려서는 안 됩니다.

Solution: "보이지 않는 촬영"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무소음 셔터 모드를 사용했고, 이동 시에는 예식의 빈 타이밍(성가 제창, 묵상 시간 등)을 활용했습니다. 신랑 신부와 사전에 충분히 소통해 "작가님이 계신 줄도 몰랐어요"라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듯한 촬영, 그것이 성당 웨딩의 핵심입니다.

Challenge 4: 100장 이상의 컷 중 스토리 큐레이션
한 시간의 예식 동안 수백 장의 사진이 촬영됩니다. 이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떤 순서로 배치할 것인가는 단순한 편집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의 문제입니다.

Solution: 최종 앨범은 혼배성사의 순서를 따라 서사적으로 구성했습니다. '기다림'(입당 전 대기 모습), '시작'(입당과 성호경), '서약'(혼인 서약과 반지 교환), '축복'(사제의 강론과 공동체의 기도), '기쁨'(혼인 선언 후 키스), '나아감'(퇴장과 축하)—이렇게 6개의 챕터로 나누어, 예식의 흐름이 사진 앨범에서도 재현되도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