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당신의 일을 빼앗아도, 결코 빼앗을 수 없는 단 한 가지

예를 들어, 최고의 AI 의사가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1초 만에 분석해 99.9%의 정확도로 병명을 진단해낼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절망에 빠진 환자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그의 눈을 바라보고 희망의 언어를 건네는 것은 인간 의사의 몫입니다. AI 작곡 프로그램이 수만 개의 히트곡을 학습해 완벽한 화성과 리듬을 갖춘 음악을 만들어낼 수는 있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그리움을 담아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단 하나의 멜로디를 빚어내는 것은 인간 예술가의 영혼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가치는 계산 가능한 효율성이나 생산성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진정한 가치는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라도 서로의 마음을 보듬고, 불완전하기에 끊임없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정답 없는 질문 앞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길을 찾아 나서는 그 과정 자체에 있습니다. 기술이 우리에게서 수많은 ‘할 일(tasks)’을 가져갈 수는 있어도, 이처럼 서로 연결되고, 의미를 창조하며, 사랑을 나누는 ‘존재의 이유(purpose)’까지 빼앗아 갈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고된 노동의 짐을 내려놓고 비로소 인간의 가장 인간다운 활동, 즉 서로의 마음을 돌보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