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부모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아이에게 "AI 시대니까 이것을 배워라"고 강요하면서, 정작 부모는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고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설득력이 없다. 부모가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는 모습,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 이것이 아이에게 가장 강력한 교육이다. 아이는 부모의 말이 아니라 삶을 보고 배운다.
둘째, 아이의 관심사를 존중하고 확장시켜라. "의사가 되려면 과학을 해야지, 왜 역사책을 읽니?"라고 말하지 말라. 오히려 "의학의 역사를 공부하면 어떨까? 과거 사람들은 어떻게 질병을 치료했을까?"라고 격려하라. 아이의 관심사를 출발점으로 삼되, 거기서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나가도록 돕는 것이다. 이것이 크로스포지션 사고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셋째, 성적표보다 성장 과정에 주목하라.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결과 중심주의다. 그러나 켄타우로스형 인재에게 중요한 것은 점수가 아니라 과정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뭐였어?", "처음 생각과 달라진 부분이 있니?",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통해 아이 스스로 자신의 학습 과정을 메타인지적으로 돌아보게 하라. 이것이 진정한 배움이다.
넷째, AI를 적으로 보지 말고 도구로 활용하라. 많은 부모들이 "AI 때문에 우리 아이 미래가 불안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AI는 위협이 아니라 기회다. 아이가 ChatGPT를 사용한다면, "그걸 쓰면 안 돼"가 아니라 "AI가 준 답이 정말 맞는지 확인해봤니?"라고 물어보라. AI의 답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더 나은 질문을 만들고, AI가 놓친 부분을 찾아내는 연습. 이것이 바로 휴먼 인 더 루프를 실천하는 것이다.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빠른 컴퓨터를 가진 사람이 아니다. 가장 많은 정보를 암기한 사람도 아니다. 진정한 승자는 그 기계와 정보 위에서 깊이 사유하고, 가장 현명한 질문을 던지며, 인간답게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다. 켄타우로스형 인재는 바로 그런 존재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다. 그래서 두렵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무한한 가능성의 세상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우리가 아는 과거의 틀에 가두지 않는 것이다. 대신 아이가 스스로 미래를 항해할 수 있는 나침반을 내면에 심어주는 것이다. 그 나침반의 바늘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기술이 아니라 인간성을, 정답이 아니라 질문을 가리킨다.
오늘 저녁, 아이와 함께 앉아 물어보라. "너는 AI가 못하는 네만의 특별한 것이 뭐라고 생각해?" 그리고 함께 이야기 나누어보라. 그 대화가 켄타우로스형 인재로 가는 첫걸음이다. 우리 아이 안에는 이미 기계가 흉내낼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이 잠들어 있다. 부모의 역할은 그것을 깨우는 것이다.